남은 현금 280억원…유니콘 꿈꾸던 프레시지 현금 고갈에 비틀

입력 2023-07-20 15:31   수정 2023-07-21 21:41

이 기사는 07월 20일 15: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밀키트 업계 1위 업체 프레시지의 재무구조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밀키트 특성상 재료비가 많이 들어 제조원가가 높은데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운반비 등 판매비 및 관리비도 함께 치솟아 적자 기조가 이어지면서다. 현금 고갈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 밀키트 사업 자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 유치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프레시지는 지난해 52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99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테이스티나인과 허닭 등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불린 효과다.

다만 매출이 커진 만큼 적자 폭도 커졌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1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2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순손실은 1893억원으로 2021년(642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프레시지는 2016년 정중교 대표가 창업한 밀키트 제조업체다. '한국의 블루에이프런'을 꿈꾸며 시작한 프레시지는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열풍이 불면서 사업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해 초엔 밀키트 업계 2위 업체인 테이스티나인을 인수하는 등 밀키트 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식품업계 스타트업 중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 유니콘 기업에 등극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재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밀키트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높다. 프레시지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연결 기준)은 83.6%에 달했다. 매출과 함께 늘어난 판관비도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인건비와 운반비 등이 특히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채소 등 재료를 손질하고 포장하는 과정은 자동화가 쉽지 않아 아직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며 "매출이 늘어난 만큼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추가 투입되는 구조다 보니 흑자 전환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프레시지의 현금은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프레시지의 잔여 현금은 281억원에 불과하다. 현금성 자산을 더하더라도 장·단기 차입금을 빼면 순현금은 501억원에 그친다. 프레시지는 2021년 말 앵커프라이빗에쿼티(PE)에 구주 일부를 넘기고 신주를 발행하면서 약 3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지 1년여 만에 현금 잔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공격적인 M&A에 나선 데다 연간 판관비로만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쓴 결과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판관비로만 2000억원을 쓴 회사가 잔여 현금 300억원을 갖고 어떻게 올해 상반기를 버텨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프레시지와 앵커PE 사이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앵커PE는 현 상황에선 프레시지에 추가적인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앵커PE는 프레시지의 지분 64.43%를 들고 있는 최대 주주다. 앵커PE 외에 프레시지의 일부 기존 투자자들도 추가 투자에 난색을 보인 것을 알려졌다.

프레시지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컬리 등 적자를 내는 기업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데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밀키트 산업의 성장세도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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